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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인터뷰] “역사 문화 도시에 걸맞는 서울 경관 누릴 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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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

2023.10.06
Interview
서울경제, 최수문 기자
전상현





셔블 셔울 서울’ 저자 전상현 건축사
사대문 안 도심, 고층빌딩숲 벗어나 경복궁·남산 이어지는 지형 살려야

“역사문화 도시로서 서울의 경관도 이제 격과 수준을 생각할 때가 됐어요. 마구잡이 개발만 고집하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죠.”

신간 ‘셔블 셔울 서울(시대의창)’의 저자인 전상현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00년 수도인 서울의 경관을 제대로 가꿔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책은 제목처럼 조선왕조 건국과 함께 서울이 어떻게 형성됐고 이것이 일제강점기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설명하면서 또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찾고 있다.

책에서 주요 비판 대상은 특히 서울 사대문 안의 남산과 광화문광장이다. 남산 주위에 있는 서울스퀘어빌딩과 힐튼호텔, 자유센터 등 거대 시설물들과 광화문광장 인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부종합청사 등 고층 건물들이 도마에 올랐다.

저자는 “서울 사대문 안 도심은 그것만의 독특한 지형과 역사가 있어요. 서울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탈맥락적 글로벌시티가 아닌, 우리의 역사문화 도심에 맞는 맞춤형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사대문 안 도심 개발은 이미 첫단추를 잘못 끼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일제 강점기, 군부 독재 및 개발주의 광풍 속에서 100m 이상 고층 및 거대 건물들이 우후죽순식으로 생기면서 경관이 일그러졌다는 것이다.


사대문 안 도심도 ‘개발될 권리는 있다’는 시각에 대해 저자는 “사대문 안은 서울 전체 면적에서 2.9%에 불과하다”면서 “이 정도는 별도로 다루어도 서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했다

그는 “역사문화가 풍부한 사대문 안 도심을 신도시 ‘강남’처럼 만들 필요가 없다”며 건물들의 고도규제를 통해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에 맞춰 북악산과 남산 등으로 이어지는 경관을 확보하며 여기에 광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도심 거리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방점을 두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빠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일단 고착된 도심 풍경을 다른 형태로 바꾸는 데는 다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상현 건축사가 5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품격(2017)’ 등의 책을 낸 바 있다. 국민대에서 건축학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현실에는 칸막이가 없죠. ‘건축 따로 사회 따로’가 아니라 현실에 어떻게 관련되고 바꿔야 하는가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의 거대 랜드마크 구상에 대해 그는 “이미 K팝·드라마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10위 경제대국인 데 ‘랜드마크 한방’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