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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ot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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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기고
Vouge Korea
김나랑
전상현






ⓒ일러스트레이터 PARK CHANG YONG


창신동에 보행의 낙수 효과를

몇 년 전부터 ‘재생’이란 화두가 여기저기서 봇물 터진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재생이라는 화두가 수면에 떠올랐고, 문재인 대통령의 50조 예산 확보 공약으로 ‘재생’이 시대의 화두다. 그런데 왜 재생일까?

시대가 요구하는 숙제가 있다. 도시라는 관점에서 보면 빈곤한 시절은 우리에게 ‘개발’을 요구했고, 개발이 정점에 이른 지금은 ‘재생’을 요구한다.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지방 도시의 구도심 쇠퇴가 시작된 지금 ‘재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개발에만 익숙해서인지 재생에 대한 인식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개발이 단순한 생각이라면 재생은 섬세하고 복잡다단한 생각이다. 재생의 대상은 다양하다.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부터 지역 산업까지 도시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과정 또한 녹록지 않다. 개발처럼 단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이 드라이브를 걸어 한 방에 끝내는 개발과 달리 재생은 시민과 공공 그리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수많은 대화와 조율을 통해 조각해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요구한다. 개발 스피드에 익숙한 우리에게 재생이 낯선 이유다.

서울시는 최근 재생 지역 30곳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재생 지원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중 관심이 가는 지역은 창신동과 숭인동이다. 서울시 1호 재생 지역이기도 하지만 보행 활성화에 대해 하나 제안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전에 왜 보행 활성화일까? 서울시는 서울역과 세운상가 일대 재생을 위해 서울로 7017과 세운상가 보행 데크 복원을 추진해왔다. 보행 활성화를 성공적인 재생을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본 것이다. 해외 사례를 둘러봐도 보행 활성화가 재생의 기초임은 틀림없다.

창신동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과 서울성곽을 경계로 마주 본다. 이쯤이면 창신동과 숭인동의 분위기를 살짝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오래된 동네 풍경이랄까? 하지만 동네가 경사지에 있어 걷기에 좀 불편하다. 걷기 불편하다는 것은 보행의 감소로 사람들이 자연스레 교류할 기회가 줄어듦을 의미하고, 이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치명적이다. 이뿐 아니다. 방문객들 역시 동네 즐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보행이 어려우면 내외적으로 동네를 활성화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동대문역에서 서울성곽을 따라 낙산공원까지 에스컬레이터를 놓으면 어떨까? 동대문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낙산공원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낙산공원까지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창신동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지 않을까? 다시 말해 보행의 낙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또 지역 주민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들의 보행이 늘어나 주민 간의 커뮤니티가 조금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재생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계획을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상의해가는 과정이다. 필자 역시 재생을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싶었다. 그것을 현실화하고 아니고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일일 것이다. 수많은 갑론을박을 기대해본다.